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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다니엘 크레이그가 탐정으로 등장하는 정통 미스터리 스릴러,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by 마인드 오프너 2022.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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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 미스터리, 스릴러

상영시간 : 130분

개봉 : 2019.12.04.

감독 : 라이언 존슨

출연 : 다니엘 크레이그, 아나 디 아르마스

등급 : 12세 관람가

해외평점 : 로튼 토마토 97% 메타스코어 : 82점


 

액션 스릴러의 시대에 만나는, 추리 스릴러

 

언제부터인가 스릴러는 액션에 자리를 내주었다. 스릴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추리는 이제 거들 뿐이다. 셜록 홈즈나 포와로와 같은 탐정이 등장해서 치밀한 가설과 추리를 통해 범인을 체포하는 고전 추리 소설이나 영화는 거의 보기 힘들다. 칼을 빼다(Knives Out)’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이러한 트렌드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정통추리소설의 형식을 보여준다. 추리소설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독자나 관객이라면 사막의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일 것이다.

경찰과 함께지만 주역은 어디까지나 탐정이다.

 


 

아가스 크리스티 작품을 보는 기시감

 

탐정소설이나 추리소설을 많이 읽은 독자라면 이 영화를 보면서 불현 듯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만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케네스 브래너가 연출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 2017>과 등장인물이나 이야기 전개 방식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모인 가운데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경찰과 탐정이 출동한다. 경찰이 용의자들을 심문하지만 그들이 뭘 알아낸다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어디까지나 탐정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탐정도 그릇된 결론으로 범인을 찾지 못하지만 곧 사건의 단서에서 깨달음을 얻고 범행의 과정과 범인을 파악한다. 이제 남은 것은 용의자로 떠오른 가족들과 경찰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범행의 전 과정에 대한 미스터리를 밝히는 것뿐이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오리엔탈 특급 살인>의 뷰를 떠올리게 한다.

 


 

관객의 허를 찌르는 반전에 반전

 

인기 소설가인 할란(크리스토퍼 플러머)이 죽어 있는 것을 가정부 프랜이 발견, 신고한다. 경찰은 할란이 자살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려 하지만 브누아 블랑 탐정은 사건을 재구성하여 범인을 밝혀낸다. 그 과정에서 사건 당시의 정황을 영상으로 리플레이하며 범인의 정체를 뒤집는다. 반전에 반전이다. 반전의 반전 시도는 좋았으나 두 번째 반전의 경우 눈치 빠른 관객이라면 범인의 정체를 알 수 있고, 확증이 없는 가운데 탐정의 가설만으로 밀어 붙이는 방법이 아쉽다.

크리스 에반스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오리지널 각본의 한계를 보여주는 ‘옥의 티’

 

정통추리영화들은 대개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미 퀄리티가 검증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 영화는 오리지널 대본을 사용했다. 오리지널 대본치고 완성도가 높지만, 그동안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명탐정들의 아성을 넘기에는 역부족이다. 아가사 크리스티, 반 다인, 코난 도일과 같은 작가들의 명탐정들보다 범인 지목 시 확고한 물증이 부족하다. 증인은 죽었고, 남은 건 탐정의 추리 뿐이다. 좋은 변호사를 만나면 이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탐정이 가난한 라틴계 이민에게 너무 많은 애착을 보인다는 느낌은 주관적인가.

 


 

다니엘 크레이그의 변신

 

브누아 블랑으로 변신한 다니엘 크레이그의 모습은 낯설다. 우리에겐 냉철하고, 언제나 침착하며, 작전을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007 제임스 본드 아니던가. 그런 그가 행동을 자제하고, 머리로 사건을 풀어가는 모습은 확실히 이색적이다. 하지만 선입견이 너무 강해서 그런 것인지 탐정으로서 인상적이라고 하지는 못하겠다. 셜록 홈즈처럼 범인 체포 시 좀더 몸을 쓰는 탐정이었다면 어땠을까.

다니엘 크레이그가 벌떡 일어나 제임스 본드라고 밝힐 것 같다.

 


 

호화로운 캐스팅

 

헐리우드에서 괄목할만한 커리어를 쌓아올린 배우들이 다수 등장한다.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 명배우 토미 리 커티스의 딸 ‘제이미 리 커티스’, ‘마이애미 바이스’의 돈 존슨, 묵직한 존재감의 마이클 섀넌, ‘007’ 다니엘 크레이그 등 스타들이 조연 같은 주연에 충실하다.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마르타 역은 이제는 확실한 스타의 자리에 오른 아나 디 아르마스가 맡았다.

왕년의 스타들과 떠오르는 신예의 만남.

 


 

추리영화 이상의 메시지

 

추리영화로서 재미도 있지만 영화에 담긴 여러 가지 메시지에 주목해 보는 것도 좋다. 히로인이 라틴 계열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에 주목하자. 부자 아버지의 유산을 둘러싸고 유가족들이 벌이는 난장판과 그들 사이의 소란은 미국에서는 일상이 된 가족 붕괴를 겨냥한다. 평소에는 독립을 외치며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다가도 막대한 유산을 받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하겠다는 미국 의 가족 사회에 대한 비판이 아닐까.

추리를 빙자한 미국 사회에 대한 통렬한 풍자이자 비판이라면 너무 나간 것일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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