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 액션, 판타지, 모험 |
불멸의 삶과 연금술사의 멋진 결합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는 일본 만화가 아라카와 히로무가 2001년 8월부터 10년 간 연재한 다크 판타지 액션 만화다. 다크 판타지와 디젤 펑크적 요소를 바닥에 깔아놓고 그 위에 액션과 개그적 요소를 펼쳐 놓음으로써 단순한 액션만화와는 다른 맛과 멋을 낸다. 특히 불멸의 삶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집념을 철학적인 질문과 더불어 그려내며 인간에 대한 성찰을 다시 하게끔 하는 매력이 있다. 무거운 주제로 일관하지 않고 시기적절하게 개그 요소를 섞은 것은 운용의 묘를 발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서로 다른 요소를 믹스하는 건 상당한 모험인데 구성이 워낙 탄탄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리지널의 무게감이 주는 부담
실사로 제작된 <강철의 연금술사> 극장판이 등장했을 때 두 가지 의문이 들었다. 1. 과연 복잡한 구성으로 촘촘하게 엮인 철학적인 내용을 어떻게 한정된 시간 안에 집어넣을 수 있을 것인가? 2. 만화에서 보여준 연금술사의 능력을 CG로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1번은 절반의 성공, 2번은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표현해냈다. 1번이 실패한 이유는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실사영화가 대부분 거치는 시행착오이다. 원작이 그 정도로 구성이 촘촘하고 복잡하다는 걸 의미한다.
원작의 핵심만 짚어 압축한 연출
감독은 원작 만화를 모두 담으려는 욕심을 처음부터 내려놓았다. 그의 선택은 원작 만화의 액기스만 발췌하여 스토리를 재구성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시도는 성공적이지는 않았다. 차라리 원작 중 에피소드 한 꼭지만 골라서 집중적으로 구성했었더라면 어땠을까. 잭 스나이더처럼 상영시간을 4시간으로 늘릴 수만 있다면 한 편에 올인하는 방식도 나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잭 스나이더 정도의 지명도가 없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옵션이지만 말이다.
장점 & 단점
주마간산 격으로 단행본 27권에 달하는 긴 이야기를 압축한 결과 장단점이 명확하다. 핵심만 짚은 결과 구성이 간결해졌다. 잔가지들을 모두 털어내서 이야기에 집중도 또한 높아졌다. 장점을 뒤집으면 단점이 된다. 영화는 핵심만 짚는 요약본만 보면 잘 보는 시험과 다르다. 핵심이 있기까지의 과정이나 연결 부분도 중요하다. 이런 점이 누락되다 보니 오리지널이 가진 무게감이 가벼워졌다. 특히 대총통을 비롯한 주요인물마저 누락되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들만 강조됨으로써 미스터리와 복선 등의 구조가 말끔히 사라져버렸다. 이야기가 밋밋해진 건 당연한 결과다.
원작 만화 독자라면 실망할 듯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원작이 있는 콘텐츠를 다른 미디어로 옮기는 과정은 험난하고 어려운 일이다. 잘해봐야 본전이다. 특히 만화를 실사로 옮기는 과정에서 이야기의 재구성과 특수효과라는 두 가지 요소를 잡지 않으면 다른 요소들을 아무리 잘 해도 폭망이다. 이 작품의 경우 원작을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가볍게 보기 좋다. 원작을 이미 섭렵한 관객이라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전개에 실망할 수밖에 없다. 새삼 원작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인지 깨닫게 된다. 원작 만화를 다시 챙겨봐야겠다.
★★
'감성 문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선의 조직폭력배, ‘검계(劍契) (0) | 2021.07.22 |
---|---|
이야기 따위는 될대로 되라지, 우린 비주얼로 승부한다, SF 애니메이션 <간츠 오> (0) | 2021.04.17 |
못 하는 건 신경 쓰지 마. 잘 하는 것만 집중해도 성공한다! <고질라 VS 콩> (0) | 2021.04.01 |
세상만사, 다 부질없는 것, 인생의 궁극적인 의미를 노래하다, <Dust in the Wind> (0) | 2021.03.31 |
하드코어와 하드고어가 만나 독특한 색채로 빛나다, <성난 화가> (0) | 2021.03.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