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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거액의 회사 공금을 왜 횡령하는 것일까? ; 가쿠다 미쓰요의 소설 ‘종이달’

by 마인드 오프너 2023.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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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토대로 작가의 의견을 그대로 반영한 일본드라마(좌)와 각색이 많이 들어간 한국 드라마(우)

 

어떤 책을 내용을 이미 알고 기대를 품은 채 읽는 것도 재미있지만 내용을 전혀 모르거나 혹은 오해한 채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고 읽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면 즐거움과 감동은 두 배, 세 배가 됩니다. 최근 아무 생각 없이 집어들고 읽었던 가쿠다 미쓰요의 소설 <종이달>이 바로 그러한 예였습니다.

 

 

제목만 보고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에 속하는 줄 알았습니다. 아닙니다. 일본에서 1970년대에 일어났던 세 건의 횡령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쓴 작품입니다. 평범한 삶을 살던 중년 여성이 은행에서 거액의 공금을 횡령하게 되는 계기와 과정을 다루면서 우리 삶에서 돈과 경제 관념, 진정한 자아관, 추구해야 하는 행복 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제목인 ‘종이달’은 필름 카메라 시대에 일본에서 유행하던 문화에서 착안하였습니다. 사진관에서 온 가족이나 연인이 사진을 찍을 때 배경으로 만들던 가짜 달입니다. 의미는 ‘가짜 행복’입니다. 소설 속에서는 주인공인 우메자와 리카가 고객의 돈을 가지고 연하의 애인과 호화롭게 살지만 결국에는 한순간에 그칠 가짜 행복’을 뜻합니다.

원작소설(좌)과 극장판 영화(우)

 

리카의 친구들인 유코와 아키의 삶도 주목해야 합니다. 유코는 리카와 정반대의 입장에 있는 자린고비형 인물입니다. 하지만 미래를 담보로 현재를 너무 속박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행복을 잃고 마는 여성입니다. 아키는 쇼핑 중독으로 이혼마저 당했으면서도 여전히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 딸과의 관계도 소원해지고 맙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우리에게 아래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좋은 소설은 어중간한 자기계발서보다 훨씬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또 하나의 사례입니다. 금융기관 여직원들의 횡령 이유가 궁금하거나, 경제 관념이 약하거나, 너무 절약해서 오히려 가족과 갈등을 겪는 사람들은 일독을 권합니다.

 

 

"돈이 많으면 행복해질까?

내 존재감이나 역할을 돈을 많이 벌어서 증명 가능한가?

왜 바늘도둑이 되는 것이 그토록 무서운 걸까?

미래를 위해 현재를 담보하는 것이 현명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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