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작가 클레이 키건은 천재 작가다. 어린 시절 집에 있는 유일한 책인 성경과 요리책 2권만 읽고도 첫 단편집 <남극> 이후 단 4권의 작품만으로 아일랜드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했으니 말이다.
이 책은 짧지만 속독으로 읽으면 안 된다. 문장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천천히 읽어야 하는 책이다. 특히 문장의 단어와 단어들이 이어지면서 만들어내는 의미를 살펴보면 금상첨화다.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준 적 없었지만, 킨셀라 아저씨는 내 손을 잡아 주었다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아.
물은 정말 시원하고 깨끗하다.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이다.
<맡겨진 소녀>의 무대는 1981년 아일랜드의 시골 마을이다. 작가가 이 시기를 택한 이유는 당시 경제 침체로 어려웠던 아일랜드의 시대 상황을 반영하기 위해서였다. 주인공인 소녀의 이름과 나이는 정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은데 소녀가 정체성을 상실한 상태와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 과정을 강조하려는 작가의 의도로 보인다.
다섯 번째 아이의 출산이 임박하자 소녀의 부모는 소녀를 잠시 친척집에 보내기로 한다. 소녀를 만난 킨셀라 아저씨 부부는 소녀를 배려하며 따뜻하게 보살펴 줌으로써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알려주고 소녀의 내면에 큰 변화를 일으킨다.
<'맡겨진 소녀>의 영어 원제목은 Foster로 '양육하다', '보살피다'라는 의미이다. 제목을 통해 소녀가 다른 가정에 맡겨지면서 진정한 양육과 가족의 의미를 알게 된다는 주제를 함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소녀의 시선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재정의한다. 킨셀라 아저씨 부부와 소녀 사이에 형성되는 유대감을 통해 가족의 본질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질문은 소녀가 친아버지를 경계하고 킨셀라 아저씨를 "아빠"라고 부르는 마지막 장면에서 한 번 더 강조된다.
<맡겨진 소녀>는 100여 페이지에 불과한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입양 이야기를 넘어 인간 관계의 본질, 가족의 의미, 상실과 치유의 과정을 탐구하는 깊이 있는 소설이다. 집중하고 읽어도 한나절이면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이 작품을 주말의 독서 파트너로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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