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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문화

톰 크루즈와 에단 헌트, 그리고 시리즈 전체에 보내는 헌사 > 미션 임파서블 : 파이널 레코닝

by 마인드 오프너 2025. 5.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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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의 종착역(?)일까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 개봉했다. 수십년 간 불가능한 임무를 가능하게 만들어온 에단 헌트의 30년 여정이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단순한 액션 블록버스터를 넘어선, 첩보 액션의 마스터피스이자 시리즈에 대한 헌사라고 해도 좋다. 이미 환갑을 지나고도 여전한 노익장을 보여주는 톰 크루즈는 이번에도 믿기 힘든 액션 장면들을 보여주며 시리즈의 오랜 팬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의 선물을 선사했다. 인생은 톰 형처럼 살아야 한다.

 

다른 포스터도 있지만 이 포스터가 가장 멋지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디지털상의 모든 정보를 통제할 수 있는 사상 초유의 무기로 인해 전 세계 국가와 조직의 기능이 마비되고, 인류 전체가 위협받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찾아온다. 이를 막을 수 있는 건 오직 존재 자체가 기밀인 ‘에단 헌트’와 그가 소속된 IMF(Impossible Mission Force)뿐이다. 무기를 무력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키를 손에 쥔 ‘에단 헌트’. 오랜 동료 ‘루터’와 ‘벤지’, 그리고 새로운 팀원이 된 ‘그레이스’, ‘파리’, ‘드가’와 함께 지금껏 경험했던 그 어떤 상대보다도 강력한 적에 맞서 모두의 운명을 건 불가능한 미션에 뛰어든다! 모든 선택이 향하는 단 하나의 미션!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평점
-
감독
크리스토퍼 맥쿼리
출연
톰 크루즈, 헤일리 앳웰, 빙 레임스, 사이먼 페그, 바네사 커비, 에사이 모레일스, 폼 클레멘티프, 그렉 타잔 데이비스

 


20년만에 밝혀진 토끼발의 정체

 

<파이널 레코닝>은 도입부부터 단 헌트의 지난 스파이 활약상을 주마등처럼 보여주며 관객들을 과거의 추억으로 안내한다. 이 영화가 새로운 MI 시리즈의 일부라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시리즈 전체의 복기이자, 에단 헌트와 함께 성장한 관객들에게 보내는 정리 의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반가운 얼굴과의 재회와 수수께끼로 남아있던 떡밥도 회수한다. 1편에서 조직을 배반하고 에단에게 책임을 씌우려다 죽은 짐 펠프스의 아들과의 화해, 에단 헌트의 CIA 블랙볼트 잠입 사건으로 좌천된 정보 분석관 윌리엄 던로와의 재회, 미스터리로 남아있던 '토끼발'의 정체를 공개 한 것이다.

이단 헌트가 침입해서 요원 명단을 가져가는 바람에 알래스카로 좌천되어 30년 동안 근무한 던로. 하지만 오히려 감사해한다.

 

토끼발은 <미션 임파서블 3>에서 등장한 오브제로 떡밥 미회수로 유명한 J.J 에이브럼스의 작품이다. 영화 내내 언급되었지만 도중에 사라지면서 욕을 먹었는데 뜻밖에도 이번 시리즈에서 정체가 드러난다. 3편에서 ‘토끼발’은 정체불명의 생화학 무기로 암시되지만, 이번 작품에서 ‘엔티티’의 프로토타입이라고 밝혀진다. 토끼발의 미스터리가 20년 만에 해소된 셈이지만 토끼발 용기 표면에 그려진 ‘방사능 원소’ 사인을 감안한다면 석연치 않은 풀이임은 분명하다.

3편에 등장했던 토끼발. 하지만 표면에 분명히 biohazard라고 씌여진 걸로 봐서 이번 풀이는 뭔가 석연치 않다.

 

1편부터 함께해 온 루터(빙 라메스)와의 작별은 이 영화가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걸 시사하는 동시에 시리즈 팬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루터는 친구를 지키기 위해, 도시를 지키기 위해 "이제는 네가 선택해야 할 때다."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폭탄과 함께 생을 마감한다.

언제나 주연 같은 조연으로 등장했던 루터가 이번 영화에서 장렬하게 산화한다.

 


러닝타임의 30%를 과거 정리에 할애하는 의미

 

전편이었던 <데드 레코닝>은 후반부를 염두에 둔 때문인지 애매하게 마무리를 하는 바람에 MI 시리즈 중 가장 성적이 안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한 개의 작품을 두 개로 나누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전적을 감안한 탓인지 <파이널 레코닝>은 <데드 레코닝>의 클리프행어(극의 절정 단계로 관객의 긴장감 및 기대감을 극도로 고조시키는 순간)부터 시작한다. 169분의 러닝타임 중 상당 분량을 전편의 줄거리와 플래시백에 할애하며 시리즈의 연속성을 확실히 보여준다.(사실 필자도 데드 레코닝의 내용을 많이 잊었기에 이러한 전략은 꽤나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이단 헌트는 시리즈의 DNA를 유감없이 보여주며 또 전력질주한다.

 

 

에단은 인공지능 엔터티를 막으라는 작전을 위임받고, 루서, 벤지, 그레이스, 파리스와 함께 '포드코바'라는 장치를 찾기 시작한다. 이 장치는 침몰한 러시아 잠수함 내부에 보관된 엔티티의 소스코드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키다. 여기에 루서가 개발한 '포이즌 필'이 결합되어야만 엔티티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다.

 

전작에서 불분명했던 엔티티의 실체와 제거 방법이 명확히 제시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방법은 확실한데 실현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 그야말로 천운이 따라야만 간신히 기대할 수 있는 확률이다. 사실 그래서 이 영화의 유일한 단점이 드러난다. 보는 내내 “저게 가능하다고?”라는 생각이 드니 말이다.

심해에 가라앉은 러시아 잠수함에 들어가 엔터티를 막을 수 있는 코드를 가지고 오는 임무는 그냥 불가능한 것이라고 보면 맞다.


어마어마한 스케일: 인간 vs 인공지능

 

<파이널 레코닝>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어마어마한 스케일이다. 대부분 첩보 영화가 CIA나 FBI 요원 또는 가상의 첩보집단에 속한 주인공이 특정 집단의 위협을 해소하는 과정을 그리는 반면 이 영화는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인공지능 대 인간의 대결을 그린다. 이제는 디지털 정보를 통제하면 세상을 통제 가능한 상황에서 나타난 최강의 인공지능 '엔티티'를 정지시켜야 한다.

 

엔터티의 최종 목표는 ‘인류의 완전 말살’이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핵무기 보유국의 전산망 통제권을 가로챘으며 남은 곳은 영국, 중국, 러시아, 미국 4개국 뿐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시간이 흐르면서 위태롭다. 엔터티가 나머지 국가의 핵무기를 탈취하면 3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인류는 멸망한다. 이 절대절명의 순간 성공 확률이 수천억 분의 일에 불과한 임무에 도전하는 그가 바로 에단 헌트다.

엔티티와 대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치. 어지간한 멘탈로는 견디질 못한다.


믿기지 않는 액션: 63세 톰 크루즈의 투혼

 

MI시리즈는 역대로 주인공 에단 헌트를 연기하는 톰 크루즈가 스턴트맨을 배제하고 스스로 스턴트를 하는 과감한 액션을 보여주면서 늘 화제가 되었다. 오죽하면 시리즈를 보던 팬들이 “톰형, 영화 안 봐도 좋으니 오래 살아”라는 기원을 전했을까.

 

베링해의 차가운 바다로 뛰어내리고, 러시아 잠수함 속으로 들어가서 필사적인 수색 활동을 펼치는 장면도 좋았지만 이 영화 최고의 액션 씬은 쌍엽기에 매달려 적과 공중 격투를 벌이는 장면이다. 최근에 본 스터트 중 갑중의 갑이다. 씬을 보는 내내 ‘아무리 영화에 열정이 있어도 그렇지 저걸 목숨 걸고 해야 할 이유가 있나?’싶었다. 이쯤이면 아무리 배우가 스턴트를 하고 싶다고 해도 감독이 말려야 하는 것 아닌가.

형, 스턴트는 이제 전문 스턴트맨에게 맡겨줘. 그들도 먹고 살아야지...


욕심이 과해서 생긴 부작용

 

잘 만든 영화이지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다. 무엇보다 지나친 미국 찬양의 면모를 보인다는 것이다. 인류를 구원하는 영웅으로서 미국 정보기관의 주도적 역할을 과도하게 강조한다. 특히 핵무기를 발사하기 전에 외교적 목적으로 미국 내 한 도시를 겨냥해서 쏠 것을 제안하는 정치인들에게 어처구니가 없었다.

 

엔티티를 제거해야 하는 과정에서 왜 엔티티를 침입시켜야 하는지, 복잡한 서사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또한 그 과정 역시 보통의 첩보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성공불가능한 말 그대로의 미션 임파서블 상황이기에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에단 헌트의 활약이 너무나 탁월하다 보니 루서를 제외한 나머지 팀원들은 상대적으로 역할이 축소되어 조연들의 병풍화 현상이 생긴다. 이는 과거 시리즈에서 보여준 팀의 유기적인 협력과 화학작용을 그리워하는 팬들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을 수 있다.

천조국의 오만함은 이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볼 수 있다.


30년 여정의 대단원

 

<미션 임파서블> 1편이 개봉한 지도 어느새 30년이 지났다. 시리즈가 진행하는 동안 많은 일화가 있었고, 톰 크루즈를 톱스타의 지위에 올려놓았으며 감독들 역시 비슷한 경로를 걸었다. 시리즈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총집편을 제작할만하다.

 

'파이널 레코닝'이라는 제목과 "톰 크루즈의 마지막 에단 헌트가 될 수 있다"는 암시에도 불구하고, 톰 크루즈와 제작진은 이 영화가 에단 헌트 이야기의 끝인지에 대해서는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결말에서 에단 헌트가 군중 속으로 사라져가는 장면이 그 증거이다. 사실 필자는 영화를 보기 전에 에단 헌트가 임무를 완수하고 죽는 결말을 예상했다. 007 시리즈가 그러했듯이 말이다.

 

에단 헌트가 위험을 무릅쓰고 끝까지 임무를 완수한 것처럼,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톰 크루즈가 시리즈에서 보여준 헌신과 열정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칠순이 넘어도 여전히 현역으로 뛰는 톰 형을 보고 싶은 심정이다. 영화 평점은 9.1점이다.

영화를 본 느낌을 한 장면으로 요약하면 바로 요렇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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