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재를 반복하다 간신히 탈고를 마친 장편무협 <쟁선계>의 작가 이재일이 가장 최근(그래봐야 2년 전)에 내놓은 무협 <서문반점> 1부의 부제는 '비천장왕'입니다. 주인공이 이소두이지만, 1부 제목이 '비천장왕'인 이유는 비천장왕 학성이 1부 이야기의 축이기 때문입니다.
비천장왕 학성은 강호에서 가장 강하다는 사존 중 유일하게 소속한 조직이 없는 인물입니다. 공작회의 공봉으로 있던 강남쌍성 왕인덕과 낙기는 평소의 친분을 내세워 학성을 영입하려는 작전을 수립하고 실행합니다. 회 내부에서 약해진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목적이었죠.
공작회는 학성이 보호하고 있는 흑두반이라는 찻집 아가씨를 납치해서 강제로 인연을 맺은 후 그 빌미로 학성을 영입하려 합니다. 신비방은 이러한 공작회의 작전을 방해하기 위해 이소두를 파견합니다.
이소두는 흑두반에게 미남계를 펼치는 한편 학성과 비무를 하는 양동작전을 펼칩니다.
학성은 천순뇌격의 최강 초식과 퐌의 합격을 받으며 위기를 맞습니다. 이소두가 관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내상을 감수하며 강기의 방향을 바꾸자 학성은 내공 소모를 감수하며 이소두를 치료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소두는 학성의 내공을 받게 되고 벽류풍을 시전하게 됩니다.
주조연 캐릭터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존재는 이소두가 지닌 ‘퐌’입니다. 퐌은 천존교 전대 천존이자 무림 최강고수였던 독고일립의 무기이자 기생 생명체로 어떤 형태로도 변형이 가능한데다 어떤 무기도 막을 수 있고 부술 수 있습니다. 퐌의 신비한 능력은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하나씩 드러나는데 이 작품에 새로운 재미를 부여하는 감초 역할을 합니다.
<서문반점>은 이재일의 장기인 미스터리 수법을 기반으로 기존 작품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흑도와 백도 대결을 지양하고 백도/흑도 연합과 공작회의 대결이라는 새 구도를 제시하고 개인의 복수와 성장에 초점을 맞추었던 이전 작품들과 달리, 조직 간 첩보전과 대결을 다룬다는 점은 인상적입니다.
1부는 학성이 요동으로 떠나가는 모습과 함께 일백비영단 삼호가 “임운연이 위기에 빠졌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막을 내립니다. 2부 부제가 <옥관풍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무대는 관외인 것으로 추측됩니다. 임운연이 위기에 빠졌으니 일백비영단도 대규모로 출동할 것 같고 1부에서 이름만 거론되던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작가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트렌드를 반영하여 참신한 설정을 더하려 했다는 점을 높이 사서 <서문반점> 1부 평점은 8.4점을 주겠습니다.
4부 예정이던 이 작품의 3부 연재 중에 이재일 작가가 어깨 수술과 재활로 휴재에 들어갔는데 하루빨리 쾌유해서 다시 연재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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