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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내 적의 적은 아군이다? = 2024 NBA 결승전을 앞두고

by 마인드 오프너 2024.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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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란트야, 왜 그랬어...

 

많은 NBA 선수 가운데 최애는 케빈 듀란트다. 센터의 키에 가드의 몸놀림으로 지구 1옵션이라는 별명을 얻은 그의 플레이를 보노라면 감탄이 나올 뿐이다. 오클라호마 시티에서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로 이적해서 2년 동안이지만 ‘어우 골스!’ 시대를 열며 커리어의 최정점을 찍고 우승도 두 번이나 하는 걸 보며 KD가 NBA 역사에 남는 발자취를 남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킬레스건 부상, 드레이먼드 그린(경기 매너나 조던 풀 폭행 사건을 보면 진짜 쓰레기다)과의 불화 등으로 이적을 선택한 순간 운명이 갈렸다. 어빙, 하든과 빅 3는 제대로 실행도 못해보고 어빙의 기행과 하든의 부상 등으로 피닉스 선즈로 이적을 꾀하지만 무능한 감독 밑에서 공수 양쪽에서 갈린 끝에 1라 탈락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었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팀 선택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결과론이지만 듀란트는 골스에 남았어야 했다.


요키치만 바라보다 망한 덴버

 

응원팀이 탈락했으니 응원을 해야 할 다른 팀을 골라야 했다. 무던하고 순하며 센터치고는 기가 막힌 플레이를 보여주며 작년에 이어 2연패를 노리는 요키치의 덴버를 선택했다. 그다지 세 보이지도 않는 르브론의 LA 레이커스를 상대로 매번 허덕이는 실망스러운 경기를 보여주며 간신히 2라운드에 진출했지만 우려를 지울 수 없었다. 요키치는 여전히 잘했으나 2옵션 역할을 해야 하는 머레이가 불안요소였다. 2라운드 상대인 미네소타는 상성으로 덴버의 카운터펀치나 마찬가지였다. 승리를 위해서는 외곽포가 터져줘야 했으나 마포주, 머레이를 비롯한 3점은 널뛰기를 반복했다. 올해 플옵에서 탈락했지만 단점을 보완하기 충분한 픽과 샐러리 갭을 가진 팀들의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이대로의 전력이라면 내년도 덴버는 우승이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요키치가 아무리 천재라 해도 팀 전체를 승리로 이끌 수는 없다.


그래, 비슷한 놈 찍어주자

 

적의 적은 아군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덴버를 꺾고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 올라간 미네소타 팀버울브스를 상대하는 댈라스 매버릭스가 응원팀이 되었다. 매번 돈치치의 소년가장 역할만 보다가 확 달라진 경기력에 깜짝 놀랐다. 개포드와 라이블리는 미네소타의 타운스, 리드, 고베어의 높은 벽을 어렵지 않게 뛰어넘고 있었다. 내가 알던 달라스가 아니었다. 요키치의 덴버를 그토록 괴롭히던 미네소타의 투빅이 힘을 잃자 승부는 댈러스 쪽으로 기울었다. 차세대 조던이라던 에드워즈는 아직은 큰 경기에 약한 모습을 보여주며 클러치에 더 강한 면모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남겼고 디포이 단골인 고베어는 수비 반쪽선수라는 한계를 어떻게 탈출할지 고민해야 하는 시즌이었다. 승리했지만 댈러스의 1, 2옵션 역시 풀어야 할 숙제가 남았다.

백투백 챔피언을 노리던 덴버를 무너뜨리고 우승 후보로 점쳐지던 미네소타는 댈러스에게 충격의 패배를 당하고 만다.


돈빙 듀오의 대활약

 

댈러스는 ‘소년가장’ 돈치치의 독보적인 활약 이외에는 별로 볼 게 없는 팀이었다. 파웰과 클리바로 이어지는 센터 진은 상대팀의 단골 맛집으로 전락했고, 돈치치의 패스를 넣어줘야 하는 외곽포는 주사위 1과 6을 오락가락하며 불안감만 가중했다. 돈치치의 옆을 든든하게 지켜줄 2옵션이 간절했던 댈러스의 숙원을 해결해준 장본인은 어빙이었다. 어빙은 네츠에서의 기행으로 말미암아 모든 팀이 외면할 때 홀로 손을 내밀어준 댈러스의 믿음을 배신하지 않았다. 특히 승부가 갈리는 4쿼터에서 으레 따라잡히기 일쑤이던 댈러스의 약점을 완벽한 클러치 플레이어로서의 면모를 보이며 쇄신해 버렸다. 대등하게 전개되던 미네소타와의 승부에서 4쿼터를 지배한 건 돈치치가 아니라 어빙이었다. 이제 어빙은 과거의 말썽꾸러기 이미지를 리그 최고의 완벽한 2옵션이라는 이미지로 대체하며 제 2의 우승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었다. 얄궃게도 상대는 리그 최강으로 손꼽히는 팀이자 악연으로 이어진 보스턴이다.

경기에만 집중하는 어빙은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다.


정배 보스턴, 이길 수 있을까?

 

댈러스가 우승으로 가는 길은 험난하다. 모든 도박사들과 전문가들이 압도적인 보스턴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서부 컨퍼런스 우승의 주동력이었던 돈빙 듀오의 활약만으로는 보스턴의 전력을 뚫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컨파까지 오는 과정에서 보스턴이 보여준 전력은 생각보다 위협적이지 않았다. 돈빙 듀오가 제대로 활약해주고 개포드와 라이블리가 골밑을 단단히 잠궈준다면, 여기에 더해 주사위 1만 나오던 하더웨이 주니어가 3 정도만 나와준다면 승부는 알 수 없다고 본다. 전문가들조차 박빙으로 보고 있는 이들이 꽤 있다는 건 그 증거일 것이다.

보스턴은 수비와 공격의 균형감을 이룬 강적이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예체능, 특히 프로 예체능의 세계는 노력만으로 성과를 낼 수 없다. 타고난 재능 위에 노력을 더해야만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이외에도 하나 더 신경 써야 할 일이 있다. 팀과 코치, 동료들을 잘 선택해야 한다. 비슷한 실력을 가졌음에도 팀복이 없어서 아직까지 무관의 제왕으로 남아 있는 스타플레이어들이 꽤 있다. 꼴찌 주변을 맴돌던 댈러스는 트레이드를 거치면서 팀 전력이 고르게 향상되었다. 개포드와 라이블리가 구멍으로 지적되던 골밑을 책임지고 워싱턴이 롤플레이어와 수비를 보강하면서부터다. 혼자서 소년가장 역을 하다 진이 빠지곤 했던 돈치치가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보스턴을 꺾을 수 있을지 자못 기대된다.

소년가장 돈치치를 든든하게 받쳐주는 라이블리와 개포드의 영입으로 댈러스는 해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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