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계획 제오라이머>는 1988년 제작된 OVA(오리지널 비디오 애니메이션)로, 담고 있는 철학적 깊이가 상당합니다. 메카 디자인은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을 정도로 세련되었으며, 전 세대 작품인 <마징가> 시리즈를 비롯한 애니들보다 로봇의 병기 사용법과 스케일이 훨씬 큽니다.
평범한 고등학생인 아키츠 마사토는 정부 조직인 라스트 가디언에 납치된 후 ’제오라이머의 파일럿으로 태어난 시험관 아기‘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마사토는 혼란스러운 가운데 철갑룡의 첫 번째 로봇, 바람의 란스타를 막기 위해 제오라이머에 탑승합니다.
철갑룡의 수장, 유라제의 연인이자 란스타의 파일럿인 타이하는 제오라이머를 박살냄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하지만 너무나 압도적인 힘을 가진 제오라이머에게 박살나서 사라집니다.
철갑룡은 마사토를 납치한 후 처치하려 하지만 제오라이머의 보조파일럿 히무로 미쿠가 마사토를 구해갑니다. 마사토를 공격하기 위해 팔괘로봇 중 쌍둥이 자매인 아엔과 타우가 출동하지만 타우의 자격지심으로 인한 팀플레이가 깨지면서 결국 파괴되고 맙니다.
철갑룡은 히무로 미쿠를 납치한 후 리츠가 조종하는 달의 로즈세라비를 보냅니다. 미쿠가 없어 출력이 30%에 불과한 상황에서 로즈세라비의 J카이저 포를 맞고 위기에 처하자 깨어난 마사키의 인격은 미쿠를 불러들입니다. 미쿠는 제오라이머와 합체한 후 로즈세라비와 리츠를 한줌의 먼지로 만들어 버립니다.
남아 있는 팔괘로봇 중 바스톤, 옴잭, 디노디로스 3대가 일본에 상륙합니다. 번개의 옴잭 파일럿 사이가는 동료들을 배신하고 마사토에게 함께 세계를 정복하자고 제안합니다. 마사토가 사이가의 제안을 거절하자 기소가 핵미사일을 발사하려 하지만 사이가를 사랑했던 록펠이 말리면서 철갑룡의 파일럿들은 제오라이머의 희생양으로 사라지고 맙니다.
제오라이머의 유일한 맞수라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사이가의 옴잭이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허무하게 사라지는 장면은 원래 8부작이던 이 작품이 마지막에 4부작으로 단축된 탓이라고 하는데 너무 성급하게 끝났다는 느낌이 들기는 합니다.
철갑룡의 유라제는 마사토에게 일대일로 최종 승부를 벌이자고 제안합니다. 마사키의 인격을 흡수하는 데 성공한 마사토는 자신이 살아 있는 한 마사키가 부활할 수 있다고 생각한 끝에 유라제와 공멸하는 운명을 선택합니다. 바벨 2세의 만화가 요코야마 미츠테루의 <마즈> 이후 주인공이 장렬하게 자폭을 선택하는 만화로는 거의 유일한 작품일 겁니다.
<명왕계획 제오라이머>는 애니메이션이 단순 오락매체를 넘어 예술적, 철학적 표현의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일본은 물론 중국과 서양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북마존 평점은 8.1점입니다. 팔괘중 로봇들과 제오라이머의 메카 디자인과 대결만 봐도 무조건 남는 장사라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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