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
- -
- 감독
- 자움 콜렛 세라
- 출연
- 다니엘 데드와일러, 러셀 혼스비, 오퀴 옥포콰실리, 에스텔라 카히하, 페이튼 잭슨
당신의 가장 깊은 두려움이 현실이 된다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공포 영화의 명가로 알려진 블룸하우스의 신작 <더 우먼 인 더 야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우울증과 자살 충동이 가족을 위협하는 이 영화는, 공포의 진정한 원천이 외부가 아닌 우리 내면에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공포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제가 유일하게 제작사의 이름만 믿고 보는 경우가 블룸하우스 가 만든 경우입니다. <더 비지트>, <23 아이덴터티>, <겟 아웃> 등의 작품들이 모두 블룸하우스 제작인데 그중 최고의 경험은 <겟 아웃>이었습니다.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먼저 잡고 이야기를 만드는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들과 달리 블룸하우스는 이야기를 먼저 개발한 뒤 뚜렷한 메시지를 구축합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창의력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설립자 제이슨 블룸의 말처럼 <더 우먼 인 더 야드>는 블룸하우스의 철학을 제대로 반영했을까요?
영화가 시작되면 라모나는 남편과 집을 지을 때의 장면을 녹화한 핸드폰을 보고 있습니다. 아들인 테일러가 깨워서 라모나가 일어난 후에는 극도로 궁핍한 생활이 드러납니다. 전기세를 못내 전기가 끊어진 상태고 먹을만한 음식도 없습니다. 테일러는 삶의 의욕을 보이지 않는 엄마에게 불만입니다.
라모나가 집 앞마당에 검은 옷과 베일을 쓴 여성이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합니다. 영화가 진행되면 이 여성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그녀는 라모나의 우울증과 자살 충동이 실체화된 존재였던 것입니다.
여성은 불길한 어조로 "오늘이 그날이야"라는 말을 반복합니다. 놀랍게도 이 여자는 라모나가 감추고 있는 교통사고의 비밀까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여자를 쫓아내기 위해 엽총을 들고 나간 테일러에게 여성은 라모나가 남편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숨기고 있다고 말합니다.
여자는 집안까지 쳐들어와 가족을 위협합니다.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라모나는 테일러에게 애니를 데리고 이웃집으로 피신하라고 한 후 소총으로 자살하려 합니다. 하지만 자살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아이들이 다시 돌아오는 바람에 자살을 할 수 없었던 거죠. 마침 전기도 들어오면서 세 사람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행복한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여기서 좀 황당했습니다. 해피엔딩은 좋지만 진짜 이렇게 끝난다구? 블룸하우스에 실망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렇게 단순하게 끝나지 않더군요. 블룸하우스가 막판에 준비해 놓은 반전이 있었습니다.
영화 곳곳에 글자와 숫자가 거꾸로 쓰여 있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것들은 해당 장면이 현실이 아니라 라모나의 환상이나 꿈 속이라는 걸 나타냅니다. 라모나와 아이들이 전기가 돌아온 집에 들어간 후 이어지는 영화의 엔딩은 라모나를 그린 그림인데 그 아래에는 라모나의 이름이 거꾸로 쓰여 있습니다. 라모나의 이름이 거꾸로 쓰여 있는 것은, 그녀가 실제로는 여전히 환상 속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아이들이 돌아오고 전기가 들어온 이전 장면은 현실이 아니었던 겁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돌아와서 전기가 들어오는 장면은 이상합니다. 전기세를 내지 않았는데 끊긴 전기가 저절로 들어올 리 없죠. 모두 라모나의 상상 속이라는 증거입니다.
라모나가 그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감독과 작가 이외에는 모릅니다. 열린 결말이니까요. 비극적이라면 라모나가 죽었을 테고 희극적이라면 마음을 고쳐먹고 총을 내려놓았겠지요. 그녀가 환상 속에 있다는 사실은 이 장면 뒤에 한 남자가 “멋진 꿈을 꾸었다”는 독백을 하는 것으로 더욱 확실해집니다.
반전은 탁월했지만 러닝타임의 99%를 지루하게 날리고 마지막 1%로 영화의 전반적인 평을 뒤집지는 못합니다. 다만 우울증과 자살 충동이라는 주제를 다룬 점은 의미가 있습니다. 블룸하우스의 명성에 걸맞는 창의적이고 충격적인 방식으로 주제를 다뤘다면, 정말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반전을 깨닫기 전까지는 평점을 4점대 후반으로 생각했는데 반전을 깨닫고 나서 5.9점으로 상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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