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대표하는 음식이 되었지만 냉면은 원래 겨울 별미였다고 한다. 온돌 시절 실내 온도가 많이 올라가면 더위를 식히기 위해 먹은 음식이 바로 냉면이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그럴싸하다. 냉장고가 보편화된 상태가 아니었기에 얼음을 넣어 국물을 차게 만들 방법조차 없었다.
난방, 냉동, 냉장 기술이 발전해서 겨울에도 실내 온도 조절이 가능하고, 여름에도 아무 때나 얼음을 만들 수 있게 되자 냉면은 여름을 대표하는 음식이 될 수 있었다. 특히 음식의 이름인 ‘냉면’의 역할이 크지 않았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냉면을 겨울에 먹는다는 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가 말이다.
동네에 유명한 냉면집이 있다 해서 굳이 찾아갔다. 헉! 가격이 사악하다. 더 사악한 건 음식의 양이다. 냉면의 양이 한주먹도 되지 않는다. 다 먹어도 배가 고플 게 뻔해서 수육과 녹두전을 시켰는데 이들 역시 양이 작다. 주방장이 음식 먹기를 좋아하지 않는 건가. 아니면 다이어트 중인가? 여기를 나가서 다른 곳에서 외식을 더 해야 하는데 가격은 7만원 이상이다. 외식하기가 무섭다는 이유를 알겠다.
맛은 심심하다. 일반적인 냉면 맛과는 차이가 크다. 평양냉면을 북한식으로 만드는 냉면집에서는 이렇게 만든다고 들었는데 정말 그런 모양이다. 심심한 맛을 즐기는 냉면팬들이라면 몰라도 다시 오지는 않을 듯하다. 맛도 그런데 먹어도 배고픈 음식 양 때문에라도 선택 리스트에서 제외할 수밖에.
내가 다른 이들보다 많이 먹어서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 파는 음식은 최소한 배고픈 사람의 허기는 면하게 해야 한다는 게 상식적인 내 생각이다. 이 정도 양에 1만원 이상을 받으면서 사리를 추가하면 더 돈을 받아 추가 수입을 올리겠다는 속셈인가.
내가 오지 않아도 여전히 손님이 잘 와서 사장은 개의치 않을지 모르지만 1만원 이상의 음식값은 적은 돈이 아니다. TV에 출연한 대박집 사장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이 떠오른다. 그들은 손님들이 “사장님, 이렇게 줘도 남는 게 있어요?” 라고 말하게 했던 전략이 대박집을 만든 원동력이라고 했다. 최근에는 적게 먹는 게 외식의 트렌드인지, 내 생각이 대중들과 다른 건지 의아할 뿐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