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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 본말을 전도한 채, 독특하기만 했던 액션, <카터>

by 마인드 오프너 2022.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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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연기 하느라 애썼다.


장르 : 액션

제작국 : 한국

감독 : 정병길

개봉 : 2022.08.05.

 


 

액션 or 스토리, 무엇이 먼저일까

영화는 동영상으로 만든 ‘이야기’다. 동영상은 이야기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 결국 영화의 핵심은 ‘이야기’라는 의미다. 다시 말하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면 동영상이 없어도 영화가 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액션을 아무리 화려하게 연출하고, CG를 실사처럼 정교하게 만들어도 이야기가 어설프면 공든 탑은 무너지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이따금 이 두 가지 관계를 전도해서 영화를 만들려고 시도하는 감독들이 있다. 한국에서는 정병길 감독을 들 수 있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많은 돈을 들여 영화를 찍는 이유는 무엇일까?

 


 

액션을 위해 영화를 찍는 감독

그렇다면 정병길 감독은 왜 본말을 전도하는 시도를 하는가.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그의 경력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정 감독은 서울 액션스쿨 8기 출신이다. 스턴트와 액션을 먼저 공부하고 연출을 공부했다. 2004년에는 액션스쿨 수료작 <칼날 위에 서다>를 만들었다. 2008년에는 <우린 액션배우다>를, 2017년에는 <악녀>를 연출했다. 이쯤 되면 정 감독이 영화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는지 뚜렷하게 보인다. 그는 영화를 위해 액션을 연출하는 게 아니라, 액션을 위해 영화를 찍는 감독이다.

 

정병길 감독의 대표작들. 역시 액션 위주의 영화다.

 


 

닥치고 액션!

<카터> 역시 정 감독이 지금까지 보여준 필모그래피의 연장선에 있다. 이 작품을 한 마디로 압축한다면 ‘속도감 있고 촬영감이 독특한 액션 영화’로 이야기할 수 있다. 이야기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액션 일변도로 러닝타임을 꽉 채운다. 영화가 끝난 후 기억을 더듬어보면 치고, 받고, 부순 장면만 떠오를 뿐이다. 주연 배우인 주원이 액션 연기를 감당하기 위해 꽤나 고생했겠다 싶은 연민도 생긴다. 흥행 결과를 떠나서 지금까지 없었던 독특한 영화를 만드는 데에는 일단 성공했다.

 

오랜만에 보는 주원. 액션 연기를 하느라 고생이 많았을 듯싶다.

 

 


 

간결한 시놉시스

액션에 몰빵한 영화답게 시나리오는 간단하다. DMZ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의 유일한 치료제인 정박사의 딸 하나를 주인공인 ‘카터’(주원)가 북한과 CIA의 방해를 극복하며 정해진 시간 내에 데려와야 한다. 카터의 임무를 방해하기 위해 달려드는 불나방 같은 북한과 CIA 공작원들과의 전투가 영화의 대부분 시간을 차지한다. 사례를 찾아보기 드물 정도로 직진 일변도의 이야기 구성이다. 이 정도면 액션 없이는 영화 못 찍는다는 말이 나올 듯 싶다.

 

바이러스 치료제를 찾아 나서야 하는 카터. 피칠갑은 왜?

 


 

독특한 시도들

카터라는 제목도 이국적이지만 한국 액션 영화답지 않은 장면들이 많이 등장한다. 한국 시내 버스에 외국인들만 탄 오프닝은 호기심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깨어난 카터가 일본 야쿠자들처럼 보이는 남자들과 T팬티만 입은 채 목욕탕에서 선혈 낭자한 액션을 선보이는 씬도 낯설다. 여러 번 등장하는 카체이싱 장면도 외국 영화에서조차 보지 않았던 시도가 등장한다. 열차와 헬기를 동원한 결말도 이국적이긴 마찬가지다. 액션 연출은 특출나다고 해도 이견이 없다.

 

ㅏ카터는 물을 제외하고는 어디서든 속도감과 드론을 이용한 액션을 선보인다.

 


 

액션, 액션, 액션...

이야기를 위한 액션이 아닌, 액션을 강조하기 위한 연출의 문제가 그대로 드러난다. 쉽게 질린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코스 요리를 선택했는데 90% 이상 똑같은 음식을 먹는 느낌이고,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강약중강약의 템포가 아닌 강강강강강으로 연주가 이어지는 느낌이다. 시청자가 한 씬의 액션이 끝난 후 숨을 돌리고, 이야기를 생각하고 집중할 틈을 주었어야 했다. 영화를 보려 했던 시청자의 원츠를 무시한 채 ‘스턴트의 나열 = 영화’라고 생각한 감독의 무모한 고집 결과다.

 

똑같은 액션의 Ctrl +V 느낌이라 질린다.

 


 

어색한 CG와 편집

촬영 기법도 독특하다. 드론을 이용한 촬영처럼 보이는데 기존의 핸드헬드 기법과도 차이가 난다. 현장감과 속도감을 살리는 면에서는 효과가 있지만 너무 많이 사용했다. 화면이 계속 흔들리고 초점이 움직이다 보니 어지럽다. J.J 에이브람스 감독이 2008년 제작한 <클로버필드> 역시 현장감을 살린다고 핸드헬드 기법으로 시종일관 촬영했지만 보는 내내 멀미가 나고 어지럽다는 평도 많았다는 점을 상기하자. 뭐든지 과하면 좋지 않다. 아울러 CG와 편집 장면이 어색한 점도 거슬린다.

 

현장감을 살리려 한 시도였겠지만 초점이 나간 흔들린 영상은 멀미를 유발한다.

 

 


다구리가 답은 아닌데...

카터의 다른 문제는 배경이 되는 무대를 너무 넓게 잡았고, 등장인물들이 떼를 지어 과다하게 등장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영화의 러닝타임 제한과 카메라로 담을 수 있는 씬의 제한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딱히 인상적인 장면을 남기지 못하고 소모되고 액션 씬들이 거기서 거기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M ; I> 시리즈나 <본> 시리즈처럼 흥행한 액션 영화들을 자세히 보면 무대를 넓게 잡는 경우에도 등장인물은 제한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나왔다 하면 수십명이 등장한다.

 


 

1편도 시원찮은데 2편 욕심을?

‘액션’ 연출 하나만 본다면 나쁘지 않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스턴트 액션 모음집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맥락 있는 액션을 원한다면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영화의 결말은 그런 점에서 의문이 생긴다. 보란 듯이 2편을 예고하는 열린 결말로 끝나기 때문이다. 속편은 오리지널의 흥행이 성공을 거두었을 때 시작된다. 이 영화가 과연 특이한 액션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까? 제작진과 감독이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 느낌이다.

 

주원을 속편에서 볼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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